가든파이브툴 개장 5년, 불씨는 없나


가든파이브툴 개장 5년, 불씨는 없나


다른 동 청계천 이주민들 재계약 갈등 … 툴동은 침묵만
남은 공구상 스무 업체 안 돼 … 공구상가 유지냐 용도변경이냐






1층은 입구부터 조용하다. 발자국 소리가 울릴 만큼 인기척이 없다.
‘Tool’이라고 크게 써놓은 인테리어 간판이 눈에 띄지만
정작 툴 상점은 찾기 힘들다. 칸칸이 들어선 매장은
출입 흔적조차 없을 만큼 깨끗하다. 2, 3층에
공구상이 모여 있다고는 하지만 빈 매장이
너무 많아 시간이 정지된 느낌이다.
 

툴동 : 공구상 스무 곳도 안 돼, ‘Tool’ 이름 무색
라이프동 : 전자·전기·잡화 상인들 재계약 놓고 갈등

청계천 복원으로 터전 잃은 상인들을 위해 만든 가든파이브. 많은 논란 속에 2010년 입주한 이후 올해로 5년을 맞았다. 당초 이주 대상자 6천여 업체 중 실제 입주한 것은 1천여 곳이 안 된다. 이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전자·전기·잡화 취급 상인들은 라이프동으로, 공구상들은 툴동으로 입점했다. 그러나 매출 불황으로 유지하기도 힘들어 중간에 떠난 사람이 대다수. 최근까지 남아 있는 사람은 100명에 불과하지만 재계약 시점에 따라 하나 둘 흩어져 흔적도 찾기 힘든 상황이다. 최근 라이프동 입주 상인들의 계약 기간 만료로 재계약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면서 가든파이브가 다시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라이프동 상인들은 청계천에서 전기, 전자, 잡화에 종사하던 상인들이 대거 이주해갔지만 초창기 1000명에서 지금은 100명밖에 안 남은 상태. 유지비와 관리비를 못내 빚더미에 앉거나 중간에 노점상으로 나간 사람이 속출하고 매출압박과 생활고에 시달려 비관 자살한 사람도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 그나마 남아서 연명하던 상인들은 NC백화점 입점으로 종목이 겹치며 갈등을 겪다가 최근 계약기간 만료와 함께 현대아울렛 입점 계약으로 일괄 매각이 진행되면서 갈등이 폭발했다. 청계천 상인을 위해 지었지만 청계천 주민은 없는 상황을 언론에 호소하고 부당한 처사에 대해 시민감사청구 소송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변이 없는 한 현대아울렛은 리빙관(지하1층~지상4층)과 테크노관(지하1층~지상2층, 3~5층 협의 중)에 입점될 예정이다.
공구상이 모인 툴동의 상황은 어떨까. 툴동은 라이프동과 약간은 다른 처지다. 툴동은 공구상을 포함한 관련 업종 유치를 위해 지은 건물로, 지하5층 지상10층 규모의 2천여개 매장을 조성했다. 이 중 1~4층을 산업용재 구역으로 지정했지만 현재 2, 3층에 걸쳐 스무 개가 안 되는 업체들이 남아 영업하고 있어 ‘툴동’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오히려 위례신도시를 노리고 4층에 밀집해 들어선 가구업체들이 상당한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1층부터 ‘텅’ 비어 … 불 꺼진 매장 줄줄이
특색 있는 공구상은 안착, 일부는 청계천 양다리

공구업은 유통구조나 재고관리 등 특이성 때문에 처음부터 이주를 꺼리거나 청계천에 본 매장을 두고 임대 분점 형식으로 들어온 곳이 많다. 게다가 언론에 익히 알려진 대로 분양가가 당초 약속한 7천 만원에서 2억으로, 많게는 4억까지 치솟아 입주를 포기한 업체가 대다수다. 이렇다보니 무리하게 투자하거나 소매 부분에서 큰 기대를 안고 들어온 공구상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게 입주민들의 설명이다.
L업체 사장은 “2010년에 청계천에서 30여 업체가 이주해 왔는데 이중 절반은 거래 특색을 살려 이주를 결심한 업체고 나머지 절반은 청계천과 가든파이브 양쪽에 매장을 내고 지켜볼 요량으로 온 경우”라며 “간판만 있고 비어 있는 매장 중에는 리모델링 비용을 챙기기 위해 영업하는 척 했던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툴동에는 간판만 있고 가게는 텅 비어 있거나, 물건은 있지만 오랫동안 매장을 비운 곳이 많다. 분위기 파악을 위해 잠시 발을 담갔던 업체들은 대부분 빠져 나간 것이다. 반면 남은 업체 중에는 공구상권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특화된 경쟁력으로 자리를 잡은 곳도 상당수다.
H업체 대표는 “납품, 직수입, 지방도매 등이 특색 있는 업체에게는 굉장한 이점이 있다”면서 “사통팔달의 교통 조건과 주차·물류 시스템이 탁월하고 날씨 영향을 안 받는 것 등 청계천에 비할 수 없는 장점을 잘 활용한 업체들은 오히려 이곳이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통 바람은 상권 활성화 … 방법은 묘연
공구상가 되살리자 vs. 용도변경 불가피

이곳 상인들이 공통적으로 바라는 것은 상권 활성화다. 그러나 공구상을 더욱 유치해야 할지 다른 업종을 끌어들여야 할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청계천 이주 상인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툴동’이라는 이름에 맞게 공구업종이 더욱 활성화되는 것이다. S업체 대표는 “공구업계를 좌우하는 대상들이 먼저 솔선하면 시장 흐름이 바뀐다”면서 “가든파이브툴의 입지조건과 시스템 등을 잘 활용해 힘을 보태기를 당부했다.” 또 다른 업체도 “공실률 때문에 유지비만 나가는 것보다 분양 혜택을 좀더 늘려 공구상가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가든파이브툴이 공구상가로 괜찮은 조건인지 현실적으로 따져보자는 목소리도 있다. A업체 사장은 “실평수 7평짜리 매장이 평균 2억인데 돈도 돈이지만 창고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6~7층 창고는 분양이 완료된 상태라 자리 확보가 안 되고 매장을 더 크게 쓰려면 4, 5억은 들여야 하는데 그렇게까지 투자해서 올 업체가 과연 몇이나 있을까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청계천에서 영업 중인 D업체는 “한때 가든파이브 입주를 고려했지만 들어간 사람도 나오는 판국에 뒤늦게 입주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SH공사에서 용도변경을 하면 다른 업종의 매장이 들어와 상권이 활성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 분양 받은 사람은 분양가가 오르니까 이득이지만 임대 상인은 임대료 상승으로 다시 이주해야 하는 문제에 부딪힌다. 그러니 상인들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재계약 4월부터 … 남은 공구상 자구책 모색 중
정부, 할 만큼 했다 … 신도시 완성 후 희망은?

산업용재협회 가든파이브지구 남영우(테크노통상 대표) 지구장은 “임대 상인의 경우 빠르면 오는 4월부터 순차적으로 재계약 대상자가 된다”며 “툴동에서도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SH공사와 이야기하자는 움직임이 있다”고 밝혔다. 또 “그 동안 착실히 뿌리 내린 업체도 있기 때문에 상인 입장에서는 어쨌든 상권이 활성화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어떤 상인은 이명박-오세훈-박원순으로 이어지는 정치권의 무관심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이명박은 대통령 당선 후 청계천 상인들을 버렸고 오세훈은 성과 없이 지나갔고 박원순은 ‘귀곡산장 같다’는 발언으로 상인들 마음만 아프게 했다”며 “청계천 이주민을 위해 지었다면서 정작 청계천과 아무 상관 없는 상업지구가 될 것이 뻔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SH공사와 서울시는 그동안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는 입장이다. SH공사는 “인테리어 비용 1000만원 지원, 관리비 일부 지원, 계약기간 연장, 강제철거 1년 이상 유보 등 공사측에서 할 수 있는 건 다했다”면서 “지금은 상권 활성화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 또한 “동남권유통단지가 완성되고 위례신도시에 사람이 몰리면 가장 발전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로서도 할 수 있는 지원을 더욱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인들은 정부의 말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 청계천 상인을 위해 지어진 가든파이브에 청계천 상인이 주인이 되지 못하는 현실이 답답할 뿐이다. 인구유입과 상권 활성화를 앞둔 시점이지만 가든파이브툴동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미지수다.

글 · 사진 _ 배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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