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촌 소매로 우뚝 선 한산홈센터


경기도 고양시 한산홈센터(한산건축자재백화점) 김상환 대표

“주부들 상대 노하우 생겼죠”
 
아파트촌 소매만으로 우뚝



일산서구 덕이동은 신도시 한가운데 유일한 자연부락 형태로 남아 있는 동네다. 아울렛 매장이 줄지어 들어선 로데오 거리 끄트머리로 가다보면 철물점이나 공구상이라고 하기에는 제법 큼직한 2층 규모로 ‘한산홈센터(한산건축자재백화점)’가 자리해 있다.



소매는 손님과의 전쟁, 마음 수양해야죠
 
“손님, 형광등도 종류가 엄청 많아요. 구체적인 규격을 알아야 돼요.”
김상환 대표가 형광등을 사러온 손님과 뭔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아니, 형광등이 다 같은 형광등이지 뭐가 다르다는 거예요. 아무거나 줘 봐요. 손님이 달라면 줘야지 무슨 말이 그리 많아요!”
40대 아줌마로 보이는 손님은 좀체 말귀를 못 알아듣고 오히려 역정을 낸다.
김 대표는 차근히 형광등 종류와 용도를 설명하고 다양한 종류를 꺼내서 보여준다. 처음에는 막무가내던 손님이 이내 수긍을 하곤 오히려 미안하면서도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손님, 그러니까 댁에 가셔서 형광등을 가져 오세요. 다른 걸 사러 오실 때도 그렇게 하시는 게 제일 정확해요.”
손님을 공손하게 돌려보낸 김 대표의 얼굴은 마치 달관한 표정이다.
“매일 전쟁이에요. 막무가내인 손님들이 하루 한명씩은 꼭 있거든요. 가게 처음 했을 때는 저도 성질 못 죽여서 그냥은 안 넘어갔죠. 경찰까지 불렀으니까요. 하하.”
올해로 공구상 경력 6년 남짓. 비록 적은 경력이지만 건축 공사를 오래한 덕분에 공구를 다루는 것에 대한 부담은 적었다. 그러나 그가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손님’ 응대. 특히 이 지역은 아파트들로 둘러싸여서 소비자는 많지만 공구에 대해 아는 소비자가 없으니 답답함은 더 컸다.
“전기카타를 2~3일 동안 쓴 뒤에 고장 났다며 환불해달라는 사람도 있어요. 애나멜 페인트를 창문에 발라 놓고 냄새 난다고, 왜 친환경 페인트를 안 팔았냐고 따지는 사람도 있구요. 돈 때문이 아니라 사람이 얄미워서 싸운 적이 더 많아요. 한 6년 하니까 이젠 손님이 보이더라고요. 손님 응대를 잘 하는 게 최고의 소매 기술인 거 같아요.”
지금은 척 보기만 해도 물건을 어떻게 팔아야 되고 어떻게 대해야 할 손님인지 구분이 된다. 무조건 들이대는 손님에겐 어느 정도 달관할 줄도 알게 됐다고.


가족과 함께 있기 위해 택한 공구상
 
그가 건축업을 버리고 공구상을 택한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공사업체 대표로 내장 공사와 조립식 주택건축에 20년 경력 베테랑인 김 대표는 건설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일산 토박이로 오랫동안 이곳에 살았지만 일산 개발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건축 수요가 외곽으로 넓혀졌다. 가족을 떠나 지방으로 가는 것보다 일산에 남아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였다.
“공구상 건물을 지어드린 지인이 있는데 건강에 문제가 있어서 저한테 공구상을 넘기고 싶어 하시더라고요. 신용 거래가 깨끗해서 좋게 보셨던 거 같아요. 가족들과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이 일도 괜찮겠다 싶었죠.”
그렇다고 무작정 시작은 아니었다.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은 인터넷 검색. 일본의 홈센터가 롤모델로 삼을 만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곧장 일본으로 향했다. 일본어 가이드 한 명만 데리고 홀로 도쿄 일대 홈센터와 조이풀 등 크고 작은 매장을 샅샅이 뒤지면서 일산에서 과연 어떤 형태로 사업하면 좋을지를 고민했다.
“당시 일산은 건설업이 외곽으로 빠지면서 건자재 관련 철물점과 공구상도 외곽으로 빠지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반대로 오히려 지역 상황에 맞는 형태로 남아있으면 승산이 있겠다 싶었죠. 그래서 목표로 한 게 생활 밀착형 홈센터였어요.”


외상 사절, 정찰제 고집 통했다
 
생활 밀착형인만큼 납품, 도매는 일절 없고 오로지 소매만 다룬다. 건축할 때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외상은 일절 없다. 신용도 으뜸을 제일로 여기기 때문이다.
“사람 심리가 참 묘해요. 단골도 외상으로 몇 만원쯤 가져간 뒤에 갚으러 오는 게 아니라 아예 발을 끊더라구요. 그래서 외상은 절대 안 하기로 했어요. 푼돈 외상으로 달라면 그냥 안 받는다 생각하고 줘버려요.”
정찰가도 특징이다. 여기에는 카드결재를 감안한 부가세 포함 가격을 반영했다.
“건축일 할 때에도 가게 주인들이 손님에 따라 가격을 달리 매기는 게 제일 불만이었어요. 부르는 게 값인 거죠. 게다가 요즘엔 다들 카드로 결재하니까 아예 부가세 포함한 정찰가로 통일해 버렸어요. 천원도 카드결재가 되니까 손님들도 편하죠. 이렇게 투명하게 하니까 비싸든 싸든 큰 반발이 없더라고요.”
한산홈센터의 가장 핵심적인 경영 관리는 ‘매입 관리’다. 운영 초반에 물건이 비싸다는 손님들의 항의를 깊이 생각 못했는데 1년쯤 지나고 보니 매입가가 다른 곳보다 다소 높다는 것을 알게 됐다. 비싸게 사니까 비싸게 팔 수밖에 없었던 거다.
“그때부터 매입 관리에 들어갔어요. 당연히 거래처에서는 구매 과정을 안 알려주기 때문에 혼자 뛰어들었죠. 물건 박스를 보고 공장으로 역추적을 들어가기도 하고 인터넷으로 다른 업체를 알아보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매입처가 다양해지고 매입가는 낮아지고. 매출이 자연히 올라갔어요.”
다품종 소량 시대에 맞춰 큰 단위로 가져온 물건은 봉지에 소분해서 소량으로 나누어 판다. 소비자 반응도 좋다.




도심지는 중간 규모 매장이 틈새시장
 
한산홈센터의 숙제도 아직은 남아 있다. 일단 전 품목 바코드화다. 건자재의 특성이나 소형 공구 낱개 바코드화가 힘들기 때문에 가장 고심 중에 있는 작업이다. 이 시스템만 갖추어진다면 편의점 형 운영이 가능해지고, 근무 여건도 향상된다.
연륜 있는 선배들을 위한 일자리 구축도 미래상 중에 하나다.
“일본 홈센터는 나이 드신 분들이 코너마다 자리잡고 어드바이스를 해 줍니다. 파는 게 아니라 소비자에게 안내해주는 역할이죠. 우리 공구업계도 이런 시스템이 구축되면 경험 많은 선배님들의 경험과 지식을 살릴 수 있는 장이 될 수도 있을 거예요.”
앞으로 규모면에서 한산홈센터는 틈새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공구상은 대형마트처럼 대형화되는 추세에 있다. 또 한편으로 기존 상권에서 소형 공구상이나 철물점을 운영하고 있는 곳도 많다. 김상환 대표는 그 중간 지점에서 도심에 어울리는 규모와 구색을 맞춘 공구상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철물점보다 크고 홈센터보다 작은 규모인 거죠. 외곽의 대형 공구상은 소비자 접근성이 떨어지고 동네 철물점은 구색이 부족하죠. 그래서 도심에서 도심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100~300평 크기의 공구철물토탈백화점이 비전 있을 거라고 봐요.”



한 번의 휴식, 돈보다 행복이 중요
 
직업을 바꾼 것을 잘 한 것 같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1초의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네, 잘한 거 같아요. 건축 공사로 지방에 가면 보름에서 한달은 걸려요. 아이 셋을 아내에게만 맡겨두고 떨어져 있는 건 무리죠. 아이들 교육도 그렇고요. 그런데 공구상 하면서 안 좋은 점도 있어요. 쉬는 날이 없어요. 건축은 겨울에는 길게 쉬는 날도 있거든요.”
초창기 지인 3명과 함께 시작했는데 몇 달 동안 하루도 못 쉬자 모두 그만둬 버렸다. 김 대표는 사장이니까 그만둘 수도 없었다고. 그렇게 1년을 버티고 나서는 한 달에 두 번을 쉬었다. 그런데 그것도 아니다 싶어서 1주일에 1번은 쉬는 걸로 못 박았다.
“20년 동안 조기축구를 다녔는데 공구상 시작한 1년 동안 한번도 못갔어요. 식구들과 나들이는 꿈도 못 꿨죠. 그 스트레스가 나중엔 손님에게 가더라고요. 이건 아니다 싶어서 일요일 하루는 일을 포기했어요. 대신 행복을 얻었죠. 아이들과 단 하루지만 캠핑도 가곤 해요. 가게를 시작한 이유가 가족과 행복하려고 그런 건데, 오히려 가게 때문에 못하게 되면 말이 안 되니까요.”
돈을 좇기보다 일의 재미를 좇고 삶의 행복을 좇고 싶다는 김상환 대표. 돈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달려가는 그의 모습에서 참된 ‘행복’의 가치를 돌아보게 된다.


글, 사진_배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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