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대구 북성로 공구골목의 변화




대구 대표 근대골목이자 공구골목인 북성로의 변화가 심상찮다. 대구시 중구 북성로는 근, 현대 건축물과 상업이 어우러진 곳으로 문화계와 학계에 주목 받는 지역이다.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전후에 탄생한 건물들이 다양한 형태와 역사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 속 멈춰진 공간처럼 여겨지던 이 거리에 젊은 예술가나 문화운동가, 관광객들이 늘고 있다. 외국인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지금 북성로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나. 공구상인들은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다양한 기대감이 엇갈리는 북성로를 재조명한다.
 
글, 사진 _ 배선희






변화1 근대와 현대가 만난 골목, 관광객이 몰려든다
 
지난 8월 17일 대구시 중구 북성로 공구골목에서 한바탕 시원한 물총축제가 열렸다. 상가가 문을 닫는 일요일을 이용해 골목 양쪽을 막고 축제를 연 것. 물총만 있으면 참가할 수 있는 행사로, 인근 주민들과 소식을 전해들은 시민들이 참여해 무더위와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날렸다.
 
국내외 관광객들 근대 분위기 만끽
현대 요소 접목한 관광지 마을로 탈바꿈 시도
 
축제를 주최한 곳은 100명에 달하는 문화예술운동가들로 구성된 북성로문화마을협동조합. 그 중심은 2011년 문을 연 게스트하우스 ‘더스타일’이 있다. 관광을 위해 대구를 찾은 국내외 사람들이 이곳 게스트하우스를 중심으로 모이고 근대를 간직한 북성로에 현대적 요소를 가미한 문화운동을 만들어간다는 것이 핵심 축이다. 구체적으로 카페, 갤러리, 거리공연 등을 통해 낙후된 북성로가 오히려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재미있는 문화마을로 바뀐다는 콘셉트. 실제로 이런 외부 인구가 유입되면서 동네슈퍼에 손님이 늘고 세탁소나 다른 가게도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상권이 활성화되고 있다.

젊은층과 새 인구 유입으로 마을 활성화
대표 상권인 공구골목 영향 여부는 미지수
 
북성로문화마을협동조합 이성빈 이사(게스트하우스 ‘더스타일’ 운영자)는 “경제적 이득이 목표였다면 게스트하우스 방을 더 만드는 게 낫겠지만 우리 목표는 지역에젊은이들이 유입되고 사람 사는 활기찬 마을로 만드는 것”이라며 마을협동조합을 만든 취지를 전했다. 이 지역의 핵심 상권인 공구상 활성화에 대해서는 “문화운동이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아직은 미지수”라며 “공구상인들도 스스로 이런 변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생업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함께 고민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조만간 가칭 (사)국제문화관광교류센터 사무실을 북성로에 열고 발리, 일본과 대구 북성로가 교류하는 글로벌 교류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변화2 공구박물관, 공구 역사에 숨을 불어넣다
 
대구 북성로의 변화 중 빼놓을 수 없는 곳이 공구박물관이다. 지난해 5월 문을 열면서 전국적인 이슈를 불렀다. 규모는 작지만 공구골목의 역사를 재해석하고 낡은 공구를 수집해 복원한 시도로는 전국 최초다. 일제 강점기 건축물을 그대로 보존해 만들었기 때문에 학계의 관심은 기본이고 주말이면 삼삼오오 방문하는 일반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다. 근대 역사를 공부하러 들르는 학생과 학부모, 외국인의 관광 투어 장소로 여전히 인기다.





공구상들 도움으로 만들어낸 박물관
시대 재현 뛰어넘어 소통 거점으로 기대
 
외양부터 특이한 이 박물관은 일제강점기 쌀 창고로 쓰였던 옛 삼덕상회 건물을 그대로 이용해,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을 거쳐 7,80년대에 이르는 근현대의 역사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1층은 전시장으로 재구성하고, 2층은 다다미방을 그대로 살렸다. 전시장에는 삼덕상회를 철거할 때 나온 공구를 비롯해 주변 공구상의 기증품을 합해 1000여 점을 짜임새 있게 전시했다. 자투리 공간에는 그 옛날 북성로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공구상 사무실과 숙련된 공구 기술자들의 공구정리 방식을 재현한 기술자의 방을 마련했다.





변화3 카페와 예술가, 젊은이들이 몰려온다
 
현대식 카페는 물론 젊은 예술가와 기술자의 유입도 눈에 띈다. 시내에서 가깝고 독특한 분위기, 무엇보다 도심의 1/4에 해당하는 싼 임차료가 장점이다.

다방커피 대신 카페, 와인바 등장
북성로만의 건강하고 독특한 생태문화 기대
 
공구상가에는 귀한 손님이 오면 전화 주문으로 다방커피를 대접하는 독특한 방식이 있다. 그런 골목에 카페가 들어섰다. ‘커.피’. 두 글자로 통일되던 메뉴가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같은 낯선 단어로 바뀌었다. 대표적인 장소가 ‘카페 삼덕상회’다. 70년 넘게 이 골목을 지켜온 공구상 ‘삼덕상회’ 건물을 카페로 개조해 일대 명물이 됐다.
삼덕상회 인근에 최근 ‘믹스카페 북성로’도 문을 열었다. 오래된 일본식 양옥과 근대 3층 건물을 통로로 연결해 카페, 와인바, 갤러리가 어우러진 복합공간으로 기획했다. 국밥체인점 사장부터 화가, 교수 등 대구경북이 고향인 사회인들이 모여 문화운동의 꿈을 이루기 위해 뭉친 곳이다. 이곳 이사직을 맡고 있는 안창근(동양대 디자인경영학 교수) 씨는 “북성로의 변화, 발전에 동참한다는 것이 매우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며 “공구상, 게스트하우스, 카페 구분 없이 모두 교류하며 북성로만의 건강하고 독특한 생태문화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시내 가깝고 임차료 저렴해 젊은 예술인들 모여
땅값 올라가고 거대 자본 들어오면 역효과 우려
 
카페 삼덕상회 바로 옆에 붙은 건축사사무실 ‘아키텍톤’도 특이하다. 20~30대 젊은 건축사로 구성된 이들은 시내에서 가깝고 임차료도 저렴한 것을 장점으로 여겨 이곳에 입주했다. 자전거공방인 ‘장거살롱’과 젊은 예술인이 모여 있는 ‘스페이스 우리’도 같은 이유로 이곳을 택했다.
자전거공방으로 시작한 ‘장거살롱’은 카페 겸 젊은 예술가들의 그림, 공예 작업실로 사용되고 있다. 공예에 필요한 공구와 재료를 인근에서 곧바로 공수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그러나 북성로가 이슈가 되면서 땅값과 임차료가 올라 고심하는 아이러니에 빠져 있기도 하다. 장거살롱 전수윤 대표는 “3년 전에 비해 임차료가 두 배나 올랐다”며 “북성로에 거대 자본이 들어오면 공구상과 공생하는 상권이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스페이스 우리’도 마찬가지. 이들은 지난 2011년 북성로 치안초소 인근 건물에 일찌감치 터를 잡았다. 그림을 그리거나 인디밴드 활동 등 자유로운 작업 공간이 필요한 젊은이들 7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들 또한 “북성로의 장점이 사라지면서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할지 모르는 위기감이 든다”며 “북성로 발전에 현실적인 대안이나 관의 지원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변화4 중구청, 경관개선 및 근대건축 리노베이션 지원
 
대구시 중구청도 북성로의 변화를 위해 공구거리 경관개선 사업과 근대건축물 리노베이션 사업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구체적 북성로, 서성로를 포함한 대구읍성 상징거리 조성을 위해 보도와 차로를 분리하고 장대석을 시공할 예정이며 부족한 가로등과 보안등도 개선한다. 또 인교동 공구골목과 수창동 일원를 포함하는 순종황제어가길 조성을 위해 공구골목에 건물 외관이나 간판 등 경관을 개선한다. 근대건축물 리노베이션은 북성로와 서성로에 있는 1960년 이전에 만들어진 목조건물과 한옥을 리노베이션하는 사업이다. 민간이나 단체에서 해당 건물을 개,보수하여 활용하면 최대 4000만원까지 보조금을 지원한다.


반응은? 기대한다 VS 글쎄 …
 
- 기대된다 : 사람이 모이면 바뀔 거다
 
북성로 변화를 바라보는 공구상들의 반응은 어떨까. 사람이 모이니까 일단은 좋다는 의견과 공구골목과 직접 관련성 떨어진다는 반응으로 갈린다.
S공구 대표는 “전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시대의 흐름을 무시할 수도 없기에 중구청에서 추진하는 개선사업에 동참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H공구상 또한 “카페나 게스트하우스, 축제 등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공구골목 간판과 도로정비가 적극적으로 이뤄지면 명물골목이 되면서 전반적인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며 “재정비가 필요한 것은 확실히 맞다”고 이야기했다.

- 글쎄 : 이질감 피할 수 없어
 
한편 D상사는 “공구골목 자체를 보존하지 않으면 서울 청계천이나 부산 조일방접 공구골목처럼 상권이 흩어질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관련 학과와 산학협력이나 명장 보존 및 지원, 기술 전수 등 실질적으로 업계에 도움이 되는 방법이 많은데 단순히 문화운동만으로 엮어가기에는 한계가 많다”고 지적했다. K공구상도 “문화적 변화가 이질적은 느낌만 크고 지주들에게 이득이 된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다”며 “당장 여기서 먹고사는 상인들의 입장보다는 관광 계획 아래 변화가 빠르게 전개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 대구 중구청 : 최종 목표는 지역 경제활성화
 
대구시 중구청에서도 상인들의 이런 의견과 우려에 공감하고 있다. 중구청 도시경관과 박복환 과장은 “대구읍성상징거리와 순종황제어가길 조성사업의 최종 목표는 공구골목을 포함한 지역경제 활성화”라며 “이를 위해 시설물 정비와 차량 진입로 디자인 등 주민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예술인들 중심으로 한 새로운 인구 유입과 문화적 변화, 중구청의 도시경관 개선사업과 도심재생, 경제 활성화를 바라는 상인들의 우려와 바람... 현재 북성로는 어느 시대보다 다양한 사람들의 시선과 기대가 엇갈리고 있다, 새로운 변화들이 북성로에 과연 또 한 번의 전성기를 안겨줄 수 있을까. 업계인들이 북성로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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