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누 제작에 공구는 필수 (사)물레길 대표 장목순 박사
카누 제작에 공구는 필수

강원대 교수이자 (사)물레길 대표 장목순 박사



캐나다 전통 카누를 몇 년째 한국에서 만들고 있는 사람이 있다. 본업은 목수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공학 박사. 현재 강원대학교 전자전기공학과 교수로 있는 장목순 박사다. 화성 탐사선 로봇 팔을 연구하던 그가 돌연 카누와 사랑에 빠지면서 우리나라에 카누에 앉아서 강을 즐길 수 있는 물레길이 열렸다. 춘천의 호반을 진정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한 물레길 전도사, 장목순 박사를 만나기 위해 아름다운 춘천 의암호로 향했다.


물레길, 호수와 강 즐기는 물길
 
강원도 춘천시 송암레포츠타운 안에 위치한 물레길 운영사무국. 바로 앞 북한강 위에 둥실둥실 카누가 수십 대 묶여 있다. 한눈에 물레길이구나 알 수 있다.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등이 땅 위의 길이라면 물레길은 호수와 강을 카누나 요트를 타고 즐기는 물길이다. 장목순 박사는 카누의 매력에 푹 빠져 지난 2011년 (사)물레길을 열어 카누사업을 시작했다. “춘천은 호반의 도시인데 호반에서 할 수 있는 레저가 수상스키 외에 하나도 없었어요. 여기에 착안해서 5년전 월드레저 대회가 춘천에서 열렸을 때 나무로 만든 우든카누를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였죠.” 이를 계기로 춘천시와 인연을 맺어 북한강 호수 의암호를 카누로 여행할 수 있게 됐다. 카누, 카약, 보트 등으로 강을 즐기고 물길 따라 머무는 캠핑도 인기 최고다.


카누의 매력은 느림과 여유
 
카누 모양을 본떠서 지은 운영사무국을 지나 레포츠타운 좀 더 깊숙이 들어가면 카누제작소가 있다. 카누, 카약, 보트 등을 직접 제작할 수 있는 제작소이자 카누학교다. 이곳에 자주 머물며 관련 연구를 한다는 장목순 박사는 대표이사라는 직함 대신 친근한 호칭인 장 박사님으로 통한다. 만나자마자 카누가 왜 그렇게 좋은지부터 질문했다.
 
카누의 가장 큰 매력은 느리다는 겁니다. 경쟁하고 스피드만 쫓는 사람은 카누를 못 즐겨요. 느리기 때문에 여유가 있고 어디든지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지요. 마치 자전거 같아요. 배는 물도 깊어야 되고 특별한 조종 기술도 필요하지만 카누는 수심 15cm만 있으면 전부 길이 됩니다. 천천히 노를 저으면서 풍경을 즐기면 마치 물 위에 앉아서 구경하는 느낌이 들죠.”

 
가족이 함께하는 카누 캠핑 알리고파
 
우주선 로봇을 만들던 사람이 카누를 만들게 된 계기는 그리 특별하지 않다. 바로 ‘가족’과 ‘행복’ 이 두 가지 때문이다. “공학 연구 때문에 캐나다에 머물면서 카누 캠핑을 알게 됐어요. 카누 한 대로 대자연의 품에서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 주고 싶었죠. 가족이 나무로 만든 우든카누를 타고 물길을 따라 한국 곳곳을 여행하는 새로운 물길을 열어보겠다고 다짐했어요.”
한국에 오자마자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 카누 연구에 매달렸다. 온갖 외국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고 외국 서적만 20권을 읽었다. 2년의 독학 끝에 디테일을 높이기 위해 작정하고 캐나다로 향했다.




캐나다 현지에서 제작 노하우 전수
 
카누전문학교인 캐나다 베어 마운틴 보트숍에서는 그런 그를 반갑게 맞아줬다. “거기는 카누의 메카라고 할 수 있지만 지금은 명맥만 유지하고 있어요. 펠리칸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플라스틱 카누를 대량 생산해서 재래방식은 외면받고 있어요. 그런데 동양사람이 찾아와서 서양의 전통 카누를 배우고 싶다니까 크게 환영해줬어요. 마치 외국인이 한국 장구의 전통을 잇고 싶다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나 봐요.” 담당 교수는 3주 커리큘럼 이외에 두 달 동안이나 공들여 장목순 박사에게 개인 과외를 하다시피 모든 노하우를 전수했다.




카누 제작에 사용되는 공구




봄,여름,가을 가족 레저로 최고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카누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사)물레길 외에 ‘블루클로버’를 만들어 카누와 카약 체험과 캠핑, 제작 등의 사업을 전문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북 상주에도 물레길을 열었다. 상주시의 적극적인 요청 때문이다. 현재 이곳에서 보유하고 있는 카누, 카약 등은 모두 100여 대. 우든카누는 춘천에 46대, 상주에 18대를 보유하고 있다. 강 따라 카누를 타고 캠핑도 즐길 수 있어 가족 단위 레포츠로 제격이다. 카누를 타기 가장 좋은 시기는 봄, 가을이지만 우리나라는 여름휴가 외에는 레저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없기 때문에 여름철 예약은 미리 서둘러야 한다. 카누는 초등학생도 노를 저을 수 있을 정도로 쉽고 2~4명이 단촐하게 탈 수 있다. 어른 둘, 아이 둘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어려운 국가 사람들 돕고 싶어
 
장목순 박사는 최근 자신의 전기전자공학 기술을 나무보트에 접목한 솔라보트를 제작했다. 솔라보트는 태양광 에너지로 모터를 돌려서 가는 보트로 총 12명까지 태울 수 있다. “솔라보트 만들면서 처음으로 전공 살렸어요. 엔진보트는 엔진을 식힐 때 물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물이 오염 안 될 수가 없어요. 소음도 엄청나죠. 이에 비해 태양광 보트는 오염도 없고 소음도 없기 때문에 태양광 전기 모터 보트가 앞으로 활성화될 것 같아요.”
사실 장목순 박사의 진짜 꿈은 따로 있다. 바로 제3세계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이다. “아프리카 같은 곳은 우주과학이나 첨단과학처럼 거창한 기술이 아니라 깨끗한 물을 퍼내거나 정화하는 기술, 전기를 도입해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해요. 그것을 현지에 맞게 바꾸고 응용하는 것이 중요한 거죠. 앞으로 아프리카나 제3세계에 가서 그렇게 도움 주는 삶을 살고 싶어요. 제가 가진 게 기술밖에 없으니까요.” 로봇 공학 박사로, 카누 제작자로, 물레길 전도사로 살아온 장목순 박사. 그가 앞으로 또 어떤 행보를 걸으며 새로운 길을 열어갈지 기대된다.


글, 사진 _ 배선희
자료제공 _ (사)물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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